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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 사회 구조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불안한 정서의 원인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건들에 집중한다.

현대 사회 체제는 감정을 사적인 태도에서 기인한 비과학적이고 위함한 요소로 치부하곤 한다.

나는 이러한 사회 체제가 개인의 감정의 메커니즘과 무의식의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 그로 인해 나타나는 행위들을 작업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기인한 행동 방식들과  그로 인해 상업적 구조 속에서 새롭게 형성된 다양한 상품들과 소비구조등에 집중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수집에서 시작되고 수집된 현상들을 재조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사를 형성하여 설치와 영상을 통해 시각화한다.

2017년부터 진행해온 ‘감정시리즈’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느끼기 쉬운 부정적인 감정 4가지 - 불안, 질투, 슬픔, 분노 를 하나씩 다루어왔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절하고 감추기위해 사람들이 취하는 대안적 행위나 나름의 해결방안등을 이야기한다. 2021년부터 진행한 ‘Soul4me’ 시리즈는 쇼핑몰의 형태로 현대인의 ‘건강한 영혼’을 위한 다양한 형식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삶과 정체성 등 근본적인 질문들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대인들이 선택하는 해결 방식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I focuses on the people who feel unstable emotions in the modern society. I am also interested in the reasons of those unstable emotions and the happenings that happened due to those emotions. I am mainly dealing with how the social system that regards emotions as unscientific and dangerous factors influences the mechanisms of individual emotion and unconsciousness. In particular, I focus on the behavioral methods from negative emotions and the various products and consumption structures newly formed in the commercial structure. 

My work begins with the collection of phenomena and recombines the collected phenomena or forms a new narrative based on them to visualize them through installation and video.

The "Emotion Series," which has been underway since 2017, has dealt with four negative emotions that people are most likely to feel - anxiety, jealousy, sadness, and anger one by one. I talk about alternative actions or solutions that people take to control or hide these negative emotions. The "Soul4me" series, which has been going on since 2021, introduces various formal products for the "healthy soul" of modern people in the form of web shopping malls. I ask questions about solutions that chosen by modern people as a way to solve fundamental problems of their life and identity.

                                                                                                                                                         

슬픔채널

 

다양한 슬픔

 

  슬픔이라는 감정을 생각해보자. 감정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듯 슬픔이라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의 다양성의 층위가 계속해서 넓어진다. 사실 슬픔은 본래의 층위에 비해 다양성의 측면에서 상당히 평면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류한다면 슬픔은 긍정적인 감정들 만큼 대중적이며 부정적인 감정들 중 가장 쉽게 공감을 살 수 있는 감정이다. 슬픔의 이러한 양면성을 생각하다 보면 인간의 심리라는 것이 꽤 변태적일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른다.

인간은 근본적인 슬픔은 지양하지만 단편적인 슬픔은 상당히 즐기는 편이라 슬픔을 기반해 만들어진 수많은 컨텐츠들을 끊임없이 소비한다. 이러한 컨텐츠들은 슬픔을 재료로 삼아 공감과 집단 위안의 장을 형성한다. 보통 이러한 컨텐츠들을 소비하는 심리 단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슬픔을 소비하고 공감하여 물질적 소비 행위를 실천하는 단계, 혹은 슬픔을 소비하고 공감한 뒤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안도감을 느끼는 단계로 진행된다. 이러한 슬픔의 생산/소비 행위는 사적인 관계 안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슬픔은 보통 의심받는 경우가 드물고 스스로의 자아를 약한 상태로 보이게 만들어 상대방이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순간적인 착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부탁을 해야 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자주 이용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 소비되고 있는 ‘단편적 슬픔’과는 달리 ‘근본적 슬픔’은 만년 찬밥 신세이다. 이것은 가장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무엇이다. 이것이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는 불안함과 산만함이 공존한다. 이것의 본질에 다다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을 분산 시킬 수 있는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근본적 슬픔은 그야말로 팔을 걷어붙이고 제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항상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굳어 빠진 냉장고 구석 찬밥처럼 냄새를 풍기 지도,큰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지만 항상 그곳에 있다. 미약하면서도 강력한 존재감으로.  (2019)

                                                                                                                                                          

TBL, The Best Life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기질 중 하나가 불안이다. 인간은 불안을 벗삼아 그것을 추진력으로 이용하기도, 자칫 주도권을 잃고 불안에 잠식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불안을 다스리는 일은 오랜 시간 인간에게 큰 과제로 남았고 수많은 ‘불안을 극복하는 비법’들이 만들어져 왔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불안은 (불가피하게) 갈수록 더 친숙한 감정이 되어간다. 불안을 매 순간 안고 가야 하는 이들은 그것과 공생 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들을 한다. 

 

불안과 가짜

 

  미디어, 기업, 광고 등은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짜보다 더 완벽한’ 가짜를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현실을 등지고 기피한 현실 기만의 이미지 이자 판타지이다. 이러한 판타지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주입되고 학습되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로 남아 끝없는 소비를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가짜 이미지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 뿐만 아니라 무의식과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가짜 이미지로 무장한 광고들이 뿜어내는 긍정적인 표현들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가짜 이미지 = 안전하고 완벽하며 절대적인 것 이라는 부등호를 새겨 넣는 쾌거를 이룬다. 무의식에 안착한 이 공식은 사람들의 감정을 다스리는 ‘절대 공식’이 된다. 그것을 추종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가짜’ 는 완벽함 그 자체이며 가장 불완전한 존재는 인간 자신과 그들의 감정이다. 모든 것들은 완벽 해야하며 기계 다워야 한다. 생산된, 확실한, 약속된, 계획된, 예측 가능한 과 같은 표현들은 그들에게 어떤 상황에서건 심신의 안정을 선사한다.

 

 

비법을 전파 하는 일

 

  사람들은 수많은 비법들을 전파한다. 원시 시대의 사람들이 나쁜 일이 일어나면 그 사실을 멀리 퍼뜨리는 일에 골몰했듯, 불안을 벗삼아 사는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극복하는 비법들을 수없이 만들어내고 널리 전파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이들에게는 인터넷이 있기에 ‘어디에서’, ‘어떻게’ 퍼뜨릴 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비법을 전달하고 자신의 말을 듣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법이어야만 한다. 이렇듯 마치 마술과도 같은 엄청난 비법들이 인터넷에 산재해 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5가지 단계를 거치면 이별을 극복 할 수 있고 6가지 방법을 터득하면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4가지 방법을 통해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인터넷에서 각종 비법들을 검색해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더 나은 삶을 꿈꾼다.

 

TBL, The Best Life

 

  한 여성 유튜버가 있다. 그녀는 TBL, The Best Life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에서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최고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비법들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시종일관 자신감에 차 있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비법들이 다른 사람들의 비법들 보다 단연 가장 쉽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비용을 요구한다고 확신한다. 이 일에 매우 열정적인 그녀는 매번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비법들이 어떻게 하면 더 설득적 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자신이 만들어 낸 비법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는 단 한명이라도 더 설득시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영상을 준비하고 촬영한다. 

 

완벽한 삶을 위한 3가지 필수 아이템

 

  그녀의 이번 시리즈는 ‘완벽한 삶을 위한 3가지 필수 아이템’ 이다. 이 3가지 아이템 – 나무, 눈, 심볼- 만 있으면 완벽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나무 – 나무 패턴 무늬는 완전한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눈 – 서클 렌즈는 완벽한  인간 관계를, 심볼 – 명품은 자존감의 완성을 이루어 안과 밖으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삶의 요건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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